요즘 IT 기기는 소형화/경량화가 추세인 듯하다. 노트북이나 태블릿PC 등 휴대성이 중요한 제품은 물론, 책상이나 선반 등에 놓고 사용하는 기기도 작고 가벼워져 공간 활용도를 높인다. IT 기기의 특성상 부피가 클 수록 성능이 높지만, 최근에는 발열 및 전력 소모를 줄이는 기술이 많이 발전한 덕분에 작은 부피로도 사용자가 만족할 만한 성능을 낼 수 있다.
데스크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데스크톱은 무조건 부피가 크다고 생각하지만, 일반 데스크톱의 절반 만한 슬림 PC도 있다. 심지어 손바닥 만한 크기로도 괜찮은 성능을 내는 미니PC도 등장하는 추세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기가바이트가 선보인 미니 PC '브릭스(BRIX)'다.
CD 케이스보다 작은 PC
우선 제품 외형을 살펴보자. 언뜻 IPTV나 외장 ODD 등이 떠오르는 정사각형 상자 디자인이다. 크기는 114mm x 114mm x 32mm로 너비만 따진다면 일반 CD 케이스보다 작으며, 두께도 CD 케이스 3개를 겹쳐놓은 정도다.
이런 작은 크기에도 갖출 것은 다 갖췄다. 필자가 이번에 사용한 제품의 구성은 인텔 4세대 코어 i5 프로세서(4200U), 4GB 메모리(LPDDR3), 120GB SSD(mSATA), 64bit 윈도7 등을 탑재했다. 그래픽카드는 인텔 내장 그래픽(HD 4400)이다. 내부에 메모리 카드 슬롯은 총 2개로, 필요에 따라 추가할 수도 있다.
사실 HD 4400은 게임보다 동영상, 사무용 콘텐츠 구동에 적합한 모델이다. 하지만 인기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를 40~50프레임 정도로 구동할 수 있으며, 디아블로 3도 그래픽 효과와 어느 정도 타협하면 원활하게 구동할 수 있다. 물론 배틀필드 4 등의 고성능 게임을 구동하기에는 무리겠지만.
참고로 국내 유통되는 브릭스 제품군은 사용자 필요에 따라 사양을 자유롭게 선택해 구매할 수 있다. 프로세서의 경우 i3와 i5 프로세서를 선택할 수 있으며, 메모리, 저장장치 용량, 운영체제 포함 여부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업그레이드도 간편하다. 바닥에 있는 나사 4개만 풀면 저장장치나 메모리 등을 교체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부품을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구매 가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제법 넉넉한 입출력 단자
입출력 단자도 제법 넉넉하다. USB 3.0 단자 4개, 유선 랜 단자, 음성 출력 단자, HDMI 단자, 미니 DP 단자 등을 갖췄다. DVI나 D-SUB 등은 갖추지 않았지만, 최근 출시되는 모니터나 TV 등의 디스플레이 기기는 대부분 HDMI 단자를 갖추고 있으니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사실 아쉬운 부분은 다른 곳에 있다. HDMI 케이블을 기본 제공하지 않는다.
제품에 화면, USB 마우스, USB 키보드, 유선 랜 등을 연결하면 그럴듯한 데스크톱 PC가 완성된다. 책상 위에 놓고 사용한다면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만약 디스플레이 기기가 베사 마운트를 갖췄다면, 브릭스를 모니터 뒤에 부착할 수도 있다. 베사 마운트용 거치대를 기본 제공하기 때문에, 이를 디스플레이 기기에 설치만 하면 된다. 이를 통해 올인원 PC를 사용하는 것처럼 책상 위를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무선 기능으로 케이블 없이 깔끔하게
이 제품은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모듈도 갖췄다. 책상 위를 더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다면 블루투스 키보드와 마우스를 연결하고, 랜 케이블 대신 무선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된다. 뿐만 아니라 거실 TV에 이 제품을 부착하면 소파에 앉아서 웹 서핑을 하거나 PC 게임을 구동할 수 있다. 특히 와이파이 기능 덕분에 (무선 공유기가 있다면) 랜 케이블을 따로 끌어올 필요가 없어 간편하다.
이 제품은 소음도 거의 없다. 냉각팬은 CPU를 식히기 위한 소형 팬 하나만 설치돼 있다. 그렇다면 발열이 심하지는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발열은 거의 없다. 장시간 게임을 해도 사람 체온보다 조금 높은 정도며, 이 이상 뜨거워지지 않는다. 애초에 인텔 4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저발열/저전력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며, 외장 그래픽카드도 없기 때문에 그만큼 발열을 줄였다.
홈씨어터용 PC로 최적
그렇다면 이 제품을 어떤 용도로 쓰면 적절할까? 사실 전문 게임용으로는 부적절하다. 내장 그래픽의 한계로 고성능 게임은 구동하기 어려우며, 비교적 가벼운 게임만 구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노트북처럼 휴대용 PC로 쓰기에도 조금 모자라다. 내장 배터리가 없어서 항상 전원이 필요하며, 디스플레이를 내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용도는 홈씨어터용 PC다. 몇 년 전 HTPC(Home Theater PC)라는 이름으로 잠깐 유행했던 PC 제품군이 있었는데, 당시 이런 제품군은 구형 아톰 프로세서(현재 출시되는 4세대 아톰 프로세서인 '베이트레일'보다 성능이 크게 떨어졌다)를 적용했기 때문에 성능이 몹시 낮았다. 마치 '넷북'처럼. 하지만 브릭스는 최신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통해 풀HD급 동영상을 끊기는 현상 없이 감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크기가 작아서(게다가 TV나 모니터 뒤에 장착할 수 있어서) 거실에 놓고 사용하더라도 실내 인테리어를 크게 해치지 않는다. 블루투스 키보드/마우스를 사용하면 케이블을 길게 늘어뜨려 사용할 필요도 없다.
일반 가정 외에 소규모 사업장에서 활용할 수 있겠다. 서비스 센터나 미용실 등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손님이 잠깐 활용할 수 있는 PC로 쓸 수 있으며, 디지털 사이니지나 키오스크용 PC로도 활용할 수 있다.
기존 미니PC의 편견을 깬다
브릭스는 크기는 작지만 성능이 준수한 것이 장점이다. 이전까지의 미니PC가 낮은 사양의 중저가 제품이었다면, 이 제품은 고급형 미니PC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마음에 드는 점은 높은 사양 선택 자유도다. 브릭스 모델의 경우 최소 40만 원 초반에서 최대 90만 원 중반 정도로 제품 사양을 구성할 수 있다(리뷰에 사용한 제품 구성은 약 80만 원).
현재 국내 유통되는 브릭스 제품군은 이것 외에도 HDD 모델(브릭스S), 게이밍 모델(브릭스 프로), 빔프로젝터 내장 모델(브릭스 프로젝터) 등으로 다양하다. 사용자는 자신의 용도에 맞게 사양이나 제품 형태를 선택하면 된다. 이 제품은 기존 홈씨어터용 PC 성능에 불만인 사람, 책상 위를 좀더 넓게 사용하려는 사람, 보조PC 구매를 생각하는 사람 등에게 적절한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