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0만 원대 태블릿PC, 에이수스 미모패드7 써보니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전세계 태블릿PC 시장은 소형/저가형 제품을 중심으로 형성됐으며, 특히 브랜드 없는 저가형 태블릿PC(일명 화이트 박스) 제품의 비중이 꾸준히 늘었다. 과거에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사이에서 애매했던 태블릿PC의 용도가 동영상 감상, 웹 서핑 등 엔터테인먼트 용으로 굳어지면서 뛰어난 성능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태블릿PC의 가격을 낮추는 방법은 무엇일까(네임 밸류는 논외로 하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부품, 즉 생산원가다. 해상도가 낮은 저가형 패널, 저성능 프로세서, 상대적으로 용량이 적은 메모리와 저장장치 등을 사용한다. 이 정도만 해도 주목적인 동영상 감상이나 웹 서핑 등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다. 게다가 성능이 낮으면 그만큼 전력소모도 적어 배터리 지속시간이 길다.
사실 국내 소비자는 눈이 높은 편이다. 가격이 아무리 저렴해도 만족할 만한 성능을 내지 않으면 눈을 돌리기 십상이다. 성능과 가격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할 만한 태블릿PC는 어디 없을까? 오늘 소개할 에이수스 미모패드7(모델명: ME176CX)는 이런 사람에게 어울리는 제품이다. 지금부터 이 제품을 살펴보자.
저가형 태블릿PC라고 했으니 가격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 에이수스가 밝힌 16GB 모델(ME176C)의 정식 출고가는 19만 9,000원이다. 이번에 리뷰한 8GB 모델(ME176CX)은 이보다 더 저렴할 전망이다.
안드로이드 태블릿PC에 인텔 인사이드?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저가형 태블릿 PC는 저성능 부품을 통해 생산 원가를 낮춘다. 그렇다면 이 제품은 어떤 부품을 사용했을까? 모바일 기기의 핵심 부품인 프로세서는 놀랍게도 최신 인텔 아톰 프로세서 베이트레일(Z3745, 쿼드코어)를 탑재했다.
윈도 태블릿PC 이외의 제품(안드로이드, iOS 등)에 인텔 칩을 사용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인텔은 우리에게 PC용 프로세서를 만드는 회사로 더 익숙하다. 물론 인텔이 지금까지 PC용 프로세서만 만들어온 것은 아니다. 실제로 아톰 프로세서는 넷북 등 작고 가벼운 휴대용 기기를 위해 제작한 프로세서다. 지난 2010년에는 이 아톰을 활용한 스마트폰을 소개했고(물론 출시는 하지 않았다), 2012년 4월에는 레노버를 통해 실제 제품으로 출시했다.
하지만 당시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타사의 모바일 프로세서보다 성능은 우월했지만, 전력 소모량이 많으며 운영체제와의 호환성도 떨어졌다. 아무리 성능이 좋더라도 휴대용 기기의 생명은 배터리 사용시간이 짧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인텔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MWC 2013에서는 전력 효율과 운영체제 호환성을 높인 '클로버트레일+'를 선보였으며, 같은 해 6월에 열린 컴퓨텍스에서는 이보다 성능을 높이면서 전력 소모는 2W 대로 낮춘 '베이트레일'을 공개했다. 특히 에이수스 미모패드7에 쓰인 Z3745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전용으로 출시한 모델로, 운영체제와 호환성을 높이고 메모리 컨트롤러 원가를 줄였다(참고 기사: http://it.donga.com/18403/).
프로세서 외에 사양은 평범해
나머지 사양을 살펴보자. 메모리(RAM)는 1GB다. Z3745는 메모리 유형에 따라 최대 4GB까지 인식할 수 있는데, 일반 메모리는 1GB밖에 인식하지 못한다. 즉 미모패드7에 장착된 메모리는 일반 메모리로 그만큼 가격이 저렴하다. 화면 크기는 7인치며 해상도는 WXGA(1,280 x 800)다. 시야각 및 야외 시인성이 우수한 IPS 패널을 적용했다.
저장 공간은 앞서 말한 것처럼 8GB다. 그중 절반은 운영체제 등을 위한 시스템 영역 할당해놓아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은 3.9GB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이 역시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다. 저장 공간을 제외한 모든 사양은 16GB 모델(ME176C, 19만 9,000원)과 동일하니 더 큰 용량을 원한다면 이 모델을 구매하면 되겠다. 또한, 마이크로SD카드 슬롯을 갖췄기 때문에 이를 통해 최대 64GB를 더할 수 있다.
카메라 성능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후면 190만 화소, 전면 30만 화소 카메라를 갖췄는데(모델에 따라 다름), 화질 및 선명도가 떨어진다. 어두운 곳에서는 노이즈도 심하다. 게다가 내장 조명도 없어서 야간 사진 촬영은 어렵다. 다음 사진은 후면 카메라로 야간 촬영을 한 결과물이다.
제품의 전반적인 사양을 봤을 때 국내 출시 중인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하지만 제품 가격을 생각한다면 구매자가 만족할 만한 가격 대비 성능을 낸다.
제품 크기는 성인 남성 한 손에 꼭 잡히는 정도다. 187mm x 112mm로 수첩이나 다이어리보다 작으며, 두께 역시 11mm로 연필 한 자루 두께의 1.5배 정도다. 무게는 300g으로 일반적인 머그컵 하나보다 조금 가볍다.
실제 성능은?
그렇다면 실제 사용 시 성능은 어떨까? 우선 벤치마크 앱인 안투투(Antutu)를 통해 성능을 확인했다. 결과는 약 3만 1,514점으로, LG G2와는 약 1,000점 정도 낮은 수치다. 특히 메모리 처리 속도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보였다. 2~3회 더 반복 실험해보니 3만 1,000~3만 4,000 정도의 점수를 유지했다.
다음으로 쿼드런트 벤치마크를 통해 프로세서, 입출력 속도, 그래픽 성능, 메모리 성능 등을 확인했다. 결과는 약 1만 7,000점 정도로 G2나 G플렉스(2만 점대)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 이 벤치마크에서는 CPU 연산 능력이 높게 나왔다.
게임 실행 능력은 기대 이상이다. 우선 게임 로프트(Game loft)가 최근 출시한 라이벌 나이츠(Rival knights)를 실행해봤다. 디아블로 3와 동일한 물리엔진(Ragdoll)을 적용해 타격감을 높였다. 실제 게임 시에는 그래픽 설정을 가장 높게 설정하더라도 느려지거나 끊기는 현상이 없었으며, 각종 그래픽 효과도 깨지지 않고 잘 표현했다.
풀HD급 동영상도 무난하게 구동한다. 테스트에 사용한 동영상은 MKV 포맷에 비트 전송률은 9,000kbps 정도인 애니메이션이다(24fps). 기본 동영상 재생 앱은 이 파일의 음성 코덱을 지원하지 않아 MX플레이어와 MX플레이어 코덱(x86용)을 설치했다. 영상이나 소리 모두 끊기지 않고 제대로 재생했으며, 이 밖에 AVI나 MP4 등의 파일도 모두 잘 재생했다. 참고로 KM플레이어의 경우 화면은 멈춘 채로 소리만 났으며, 곰플레이어는 영상은 끊김 없이 재생했지만 오디오 코덱을 지원하지 않았다.
동영상 재생과 함께 배터리 지속시간도 측정했다. 사용한 동영상 파일은 동일하며, 실험 조건은 와이파이를 활성화하고 성능 모드를 '최적화'로 맞췄다. 내장 스피커 대신 이어폰을 사용했으며 음량은 듣기 적당한 정도(약 60%)로 맞췄고. 화면 밝기는 80% 정도로 설정했다.
앞서 말한 애니메이션 파일을 2회 연속 재생(약 90분)하는 동안 소모한 배터리는 약 15%로, 화면 밝기를 낮추고 성능 모드를 절전으로 맞춘다면 고화질 영화 영화를 연속 3~4편 정도 볼 수 있겠다.
중저음에 강한 내장 스피커… 지나친 고음은 거슬려
필자가 저가형 제품(태블릿PC는 물론,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도)을 사용할 때 가장 불만족스러운 부분은 스피커다. 저가형 제품의 스피커는 고음역을 낼 때 깔끔하지 않은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낸다. 그리고 저음역에서는 깊고 풍부한 소리가 아닌, 둔탁하고 가벼운 소리를 낸다. 뿐만 아니라 출력 자체가 낮아서 음량을 키웠을 때 소리 전체에 떨리는 느낌이 들어 해상력이 낮다.
이 제품의 스피커 역시 고음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보컬이나 악기 소리는 잘 표현하지만, 기타 줄에 손이 미끄러지는 소리처럼 아주 높은 고음은 쇳소리가 들린다. 반면 중저음은 깊은 맛이 있다. 또한 음량을 크게 해도 거슬리는 느낌이 적다.
스테레오 스피커지만, 제품 하단에 몰려있어 좌우 구분은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스피커가 한쪽에 몰려있어 가로 사용 시 소리가 제대로 나뉘어 들리지 않는다.
참고로 이 제품은 기본 음악 재생 앱으로 무손실 압축 포맷(FLAC)을 바로 실행할 수 있다. 일부 제품은 이 포맷을 재생하기 위해 'Power amp' 등의 별도 앱을 설치해야 한다.
사용 편의성을 높여주는 기본 앱들
에이수스 미모패드7은 안드로이드 순정(구글 넥서스) UI를 조금 개량한 ZenUI를 적용했다. 국내 사용자에게는 조금 익숙하지 않겠지만, 안드로이드 기반이라는 점은 같으니 사용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참고로 삼성전자, LG전자 스마트폰의 운영체제 UI도 순정 UI와는 많이 다르다).
ZenUI에는 사용 편의성을 고려한 기본 애플리케이션이 다수 있다. 그 중 유용한 것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스마트 절전, 색감 조절 기능, 오디오 마법사 등이다.
우선 스마트 절전 기능은 배터리 사용 상황에 따른 배터리 지속시간을 설정하는 앱이다. 여기서 초절전, 최적화, 사용자 지정 등으로 변경할 수 있다. 초절전은 배터리 사용시간을 최대로 늘리는 기능으로, 화면이 꺼지면 각종 동기화 및 네트워크 연결을 차단한다. 최적화는 동기화 및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배터리 지속 시간을 늘리는 모드다. 사용자 지정은 이메일, 독서 모드, 동영상, 음악, 웹 서핑 등 실행하는 앱에 따라 화면 밝기를 미리 설정하면 각 상황에 따라 화면 밝기를 자동 조절해주는 모드다.
색감 조절 기능(Splendid) 앱은 화면 색 온도, 색상, 채도 등을 사용자가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앱이다. 만약 장시간 화면을 바라보거나 전자 문서를 읽는 상황이라면 색온도를 따뜻하게 하거나 채도를 조절해 눈의 피료를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오디오 마스터 앱은 음악 감상, 영화 감상, 동영상 촬영, 게임 실행, 화상 통화 등의 이퀄라이저 프리셋을 제공하는데, 이를 통해 다양한 상황에 맞는 음장 효과를 선택할 수 있다.
우월한 '가성비'가 장점
시장 조시가관 가트너에 따르면 7인치 내외의 태블릿PC 가운데 저가형 제품이 태블릿PC 시장을 이끌 전망이다. 한 손에 휴대하기 쉽고, 화면 크기도 스마트폰보다 커서 웹 서핑이나 동영상 감상 등에 적절하기 때문이다.
이 제품의 가장 큰 강점은 가격 대비 성능이다. 내장 메모리와 카메라 성능이 많이 부족하지만, 나머지 사용 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수치상 메모리는 1GB로 부족한 느낌이 들지만, 실제 사용 시에는 느리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3D 게임은 물론 고화질 동영상도 무리 없이 재생할 수 있다.
동영상을 주로 감상하는 사람이라면 용량이 큰 태블릿PC 대신 이 제품과 64GB 마이크로SD카드를 구매하는 편이 더 저렴하며, 저전력 프로세서를 통해 사진 감상, 웹 서핑 등을 오래 할 수도 있다. 현재 사용하는 스마트폰 외에 동영상 감상 및 웹 서핑용으로 보조 태블릿PC 구매를 계획한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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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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